"이럴 거면 협회는 왜 있나" - 축구협회 청문회를 보며 다시 떠오른 그날의 분노

그날의 기억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가족들과 거실에 모여 앉아 치킨까지 시켜놓고 응원했던 그날 밤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다들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결국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 거실은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건 누군가의 한마디였습니다.
"이게 감독 탓이야, 협회 탓이야?"
그 한마디에 다들 참았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선수 선발부터 감독 선임 과정까지, 쌓여있던 답답함이 분노로 터져 나왔던 그 순간을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분노의 원인을 국회 청문회에서 다시 마주하게 됐습니다.
청문회, 왜 열리게 됐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7월 30일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원래는 7월 22일 예정이었지만 국회 원 구성 협상 문제로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성사된 자리였습니다.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명확했습니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 뒤에 숨겨진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방식, 그리고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명보 전 감독으로 이어지는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증인석에는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이 나란히 앉았습니다. 이용수 부회장과 김승희 전무이사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사과는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두 사람은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정작 의원들이 제기한 밀실 행정, 감독 선임 과정의 의혹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인으로 일관했습니다. 저처럼 그날 밤 답답함을 느꼈던 축구 팬이라면, 이 장면에서 또 한 번 헛웃음이 나왔을 겁니다.
사과는 형식적이었고, 정작 궁금했던 진실은 여전히 안개 속이었으니까요.
의원들도 속 시원한 한 방을 날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강하게 몰아붙이거나 결정적 증거를 들이대는 장면 없이, 반복되는 질문과 원론적인 답변만 오갔다는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청문회 이후
이번 청문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협회 내부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징계 요구에 협회가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인데, 이를 취하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이용수 직무대행 부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습니다.
더 큰 우려는 이것입니다.
설령 정몽규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해도, 협회 내부에는 이미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구조는 그대로라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선거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대한체육회가 축구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축구 팬으로서 다시 묻고 싶다
그날 거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느꼈던 분노는, 단순히 경기에서 졌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과는 받았지만, 여전히 "왜"에 대한 답은 없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이 먼저 바뀌어야 할까요? 사람일까요, 시스템일까요. 여러분은 그날의 조별리그 탈락, 그리고 이번 청문회를 어떻게 보셨나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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